필터에 플라스마 코팅…물 닿아도 정전기 유지
"세계 최초로 부직포에 플라스마 코팅을 입혀 물이나 기름에 취약한 MB필터 수명을 연장시켰다."
부직포는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등에 장착돼 먼지·유해물질 등을 걸러내는 필터를 만들 때 사용하는 핵심 원자재다. 국내 1위 멜트블론(MB) 필터 업체 이앤에치의 경기도 포천 본사에서 만난 황규익 대표는 "부직포 MB필터에 플라스마 코팅을 시도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처음"이라며 "이를 통해 유·수분에 취약한 MB필터 수명을 연장시켰다"고 밝혔다.
KF 마스크 등 다양한 마스크 내부 필터로 사용되는 MB필터는 열가소성 고분자인 폴리프로필렌(PP)을 압출기에서 고온으로 녹인 뒤 초극세로 압출 방사하는 방식으로 만든 부직포 필터다. 보통 MB필터에 물이 묻거나 기름 성분이 닿으면 먼지를 잡아주는 정전기 반응이 소멸되면서 마스크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플라스마 코팅을 하면 MB필터에 유·수분이 눌러붙지 않고 튕겨나가기 때문에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고체·액체·기체도 아닌 제4 물질로 불리는 플라스마는 이온화된 상태의 물질이다. 플라스마 코팅을 해주면 제품 표면 강도가 강화되고 긁힘, 부식 등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 황 대표는 "필터 성능평가를 위해 많이 쓰이는 담배 연기로 자체 시험한 결과, 일반적인 `헤파13` 등급 필터의 경우 담배 3개비를 태우자 분진 포집효율이 60%대로 떨어졌지만 플라스마 코팅을 한 `헤파13` 필터는 담배 3개비를 태워도 기존 성능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앤에치는 지난해부터는 자체 제작한 플라스마 코팅 설비를 가동 중이다. 황 대표는 "MB필터 원단은 누구나 뽑을 수 있지만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정전기를 원단에 부여하는 게 핵심 기술력"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 정도의 품질을 보장하면서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플라스마 코팅 기술이 적용된 마스크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올해 500만달러가량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디앤비는 지난해 이앤에치 매출(450억원)이 전년(165억원) 대비 3배 가까이로 급증하고, 영업이익(190억원)은 전년(14억원)에 비해 13배 이상으로 폭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실적은 전년보다 더 좋을 것이란 분석이다.
건축용 방진창문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황 대표는 "자연환기필터로 불리는 에어컨 필터가 있는데, 700여 장의 얇은 PP 소재 필름을 초음파로 붙인 것으로, 과거에 3M만 생산하다가 지금은 포기해 전 세계적으로 우리만 생산한다"며 "창문에 설치 시 미세먼지가 80%가량 걸러지면서도 거의 자연풍 수준으로 환기가 잘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앤에치는 국내 1위 MB필터 업체로, 작년 MB필터 대란 때 국내 생산의 20%가량을 담당했다. 작년 9월 설비 증설을 통해 현재는 총 11개 라인에서 월 250t의 필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KF94 마스크로 따지면 약 1억2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앤에치가 생산하는 MB필터는 마스크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및 에어컨 필터, 자동차 에어필터, 건축물 흡음마감재, 산업용 필터 등에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마스크와 자동차 에어필터를 자체 브랜드인 `맑은공기`와 `필터렉스`로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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